조선 후기 18세기, 지금의 부안 지역인 부풍고을에는 차문화를 기록한 귀한 책 한 권이 전해집니다. 바로 부안현감으로 부임했던 이운해(李雲海)가 남긴 
 
『부풍향차보(扶風香茶譜)』입니다.
 이운해는 1754년 부안현감으로 재직하던 시절, 이 고장에서 자란 찻잎을 직접 따서 향약을 더해 달여 마셨다고 합니다. 당시 그는 찻잎에 여러 약재를 섞어 끓이는 법을 기록으로 남겼는데, 오늘날로 치면 ‘기능성 혼합차’의 첫 형태라 할 수 있습니다. 『부풍향차보』에는 감기, 더위, 기침 등 증상에 따라 마시는 일곱 가지 향차의 제법과 재료, 차를 달이는 방법, 찻그릇의 모양까지 세밀히 적혀 있습니다.
     
이 기록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차서 중 하나로, 허균의 작설차 전통을 잇고 동다송보다도 반세기 앞선 시대의 귀한 자료로 평가받습니다. 이운해는 지역의 찻잎이 귀하게 쓰이지 않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부안의 산야에서 나는 잎과 약재를 함께 달여 몸을 덥히고 기를 보하는 차, 즉 일상 속 건강차로 즐겼습니다.
 후대에 편찬된 『동의보감』에서도 차가 소화에 좋고 심장을 편하게 한다는 내용이 나오는데, 『부풍향차보』의 기록은 이미 그러한 효능을 생활 속에서 실천한 예라 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마시는 다양한 블렌딩티나 허브차의 뿌리 또한 이와 같은 전통에서 비롯된 셈입니다.
 지금의 우리 세대가 부풍의 고유한 찻잎을 잘 가꾸고 익혀 ‘부풍오감차’로 이어간다면, 이운해 현감이 남긴 지혜가 다시 피어나 부안만의 향기로운 문화로 자리 잡을 것입니다.
     
 
 
은빛방송단 이정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