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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하늘을 품고 사신 왕**님의 이야기

작성자: 대한노인회 부안군지회    작성일: 2026-03-13   조회수: 13   

파란 하늘을 품고 사신 왕**님의 이야기

 

정리 수납 노노케어 일자리를 하시는 왕**님은 허리가 많이 굽으셨다. 지인과 함께 댁을 찾았을 때, 마침 일을 마치고 돌아오시는 길에 대문 앞에서 마주할 수 있었다. 반갑게 맞아주시는 모습은 여전히 정정했지만, 허리는 세월만큼이나 깊이 구부러져 있었다.

집 안으로 들어서 자 지난여름 허리 수술을 고민했던 이야기를 꺼내셨다. 큰아들의 권유로 두 달간 입원해 MRI 촬영했더니, 척추 3번 신경이 거의 닳아 보리 대만큼만 남아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고 한다. 장기 입원이 필요하다는 말에, 한창 농사철 밭작물이 눈에 밟혀 가을 김장까지 마치고 입원하겠다고 약속한 뒤 퇴원하셨단다. 그리고 허리가 아플 수밖에 없었던 지난 세월을 들려주셨다.

 

어린 시절, 파란 하늘을 좋아하던 소녀 **님의 친정은 전북 정읍 북면이었다. 밭농사가 많아 보리밥은 넉넉히 먹었지만, 일손이 부족해 초등학교에 보내지 못했다. 틈틈이 친구들의 공책을 빌려 보며 한글과 셈을 익혔다. 동네 3학년 담임선생님이 그 모습을 눈여겨보고 부모님을 설득해 주셨다. 그 덕분에 육성회비를 내고 학교에 다닐 수 있었다. 지금으로 치면 월반과도 같은 일이었다. 작문 실력이 뛰어나 이승만 대통령 수기 경시대회에서 전라북도 순위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농번기마다 결석이 잦았고, 결국 초등학교 졸업으로 학업은 멈추었다.

 

시집살이 스물두 살에 중매로 부안으로 시집을 왔다. 남편은 장남이었고, 어린 시절

병을 앓아 지능이 다소 낮았지만, 농사일은 누구보다 잘했다. 동생들은 공부해 도시로 나갔고, 장남의 삶은 고단했다. 시어머니는 며느리를 강하게 키우고자 했던 걸까. 첫아이 출산을 하루 앞두고도 모내기 일을 하게 했고, 출산 다음 날에도 논으로 나가야 했다. 끝이 보이지 않는 고된 나날 속에서, 속세를 떠나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출산 일주일째 되던 날, 비 오는 날 아이를 업고 집을 나와 상서면 월정사까지 걸어갔다. 닷새간 허드렛일을 하며 지내다 아이에게 아버지를 찾아줘야겠다는 생각에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담벼락에 기대 서 있던 며느리를 본 시어머니는 버선발로 뛰어나왔다. 그날 이후 시어머니의 태도는 달라졌다. 며느리 길들이기였음을 깨달은 뒤, 미움도 내려놓았다. 그날도 하늘은 더 높고 푸르게 보였다고 했다.

 

대파 작업단, 전국을 누비다 홀로 된 시어머니와 50여 년을 함께했고, 92세에 시어머니를 떠나보냈다. 그 세월만큼 허리는 점점 굽어갔다. 옆 동네 친구의 권유로 대파 작업 인부 일을 시작했다. 시든 옆 순을 제거하고 규격에 맞게 묶는 일. 손이 빠르고 일머리가 좋아 곧 작업반장이 되었다. 전남 무안과 진도, 임자도, 강원도 고랭지 산골까지 전국을 다니며 20년을 일했다. 일요일 새벽 출발해 금요일 밤 돌아오는 고된 일정이었다.

그 수입은 삼 남매의 학업을 책임졌다. 큰아들은 미용 재료상을 운영하고, 둘째는 예술대학 교수를 지내다 지금은 자동차 카 센터를 운영한다. “내가 못 배운 한을 아이들 공부로 풀었다라고 하셨다.

 

다시 찾은 배움과 시 환갑 무렵, 마을에서 한글을 다시 배울 기회가 생겼다. 어릴 적 다져둔 글재주가 살아났다. 시 낭송 반에도 가입했고, 작품이 시상대에 오르기도 했다.

질투와 오해로 힘든 시간도 있었지만, 먼저 손을 내밀어 화해했다. “마음을 비우니 하늘이 더 높아 보이더라고 말씀하신다.

 

팔순의 오늘 팔순이 넘은 지금, 방 한쪽에는 20여 년간 기록한 수첩이 쌓여 있다.

허리는 점점 더 굽었지만, 오늘도 정리 수납 노노케어 일을 나간다. 느린 걸음이지만, 급하면 자전거도 탄다. 약을 챙겨드리고 말벗이 되어 드리면, 어르신들은 허물없이 마음을 연다. 어떤 이는 아끼던 스웨터를 내어주고 싶다며 손을 꼭 잡는다. 돌이켜보면, 자신을 단련시킨 시어머니 덕에 건강하고 순박한 남편을 지켰고, 전국을 누비며 삶을 배웠으며, 결국 자연을 노래하는 시인이 되었다고 한다. **님은 오늘도 파란 하늘을 올려다본다. 구름이 흘러가도, 하늘은 여전히 높고 푸르다.

 

방송단 이명례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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