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담]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코트 위에서 피어난 ‘지갑 속 전부’의 온기
지난 1월 10일 오후, 전북 부안의 테니스장. 경기를 마친 부안클럽 회원들이 거친 숨을 고르며 땀을 식히던 평범한 휴식 시간에 주위를 훈훈하게 물들인 작은 기적이 일어났다. 사건의 발단은 우연히 나눈 대화였다. 함께 테니스를 치던 일행이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인 김OO 님의 안타까운 사정을 전하자, 옆에서 조용히 경청하던 이00(74세) 님이 예고 없이 지갑을 꺼내 든 것이다. 이 씨는 지갑에 있던 지폐를 모두 꺼내 일행에게 건네며 “가진 것이 이것뿐이라 많지 않지만, 그분에게 꼭 전해달라”라는 말을 남겼다. 자신의 주머니를 비워 타인의 아픔을 채우려는 망설임 없는 나눔이었다. 99석 가진 자의 욕심 대신, 1석의 진심을 택하다 흔히 ‘99석을 가진 사람이 1석을 가진 사람의 것을 빼앗아 100석을 채우려 한다’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이씨의 행보는 정반대였다. 본인이 가진 것을 아낌없이 내놓는 공감 의식은 계산기 앞의 논리가 아닌, 가슴 깊은 곳의 인류애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이 씨는 과거 세무공무원으로 사회적 책무를 다한 뒤, 뜻한 바가 있어 50세에 명퇴를 하고 목회자로서 사랑을 실천해 온 인물이다. 현재는 은퇴 후 보안면에서 축사를 운영하며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70을 넘긴 나이에도 당당한 걸음걸이로 코트에 나타나 2~3게임을 거뜬히 소화하는 그는, 활기찬 목소리와 건강한 체력으로 주위에서 ‘노인’이라는 수식어가 어색하다는 평을 듣는다. 가족의 사랑이 지역사회의 꽃향기로 기자는 이 씨의 이 같은 선행이 평소의 따뜻한 가풍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여긴다. 가끔 코트 옆에서 딸과 통화하는 그의 모습은 주위의 부러움을 자아내곤 한다. 딸을 향한 애틋한 사랑과 아버지를 살갑게 챙기는 딸의 정겨운 대화는, 그가 가진 공감 능력의 뿌리가 바로 ‘가정 내의 사랑’임을 짐작게 한다.
이날 이 씨가 보여준 작은 나눔은 단순한 금전적 지원을 넘어, 각박한 현대 사회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현장에 있던 한 목격자는 “가족 간의 깊은 사랑이 지역사회로 퍼져나가는 모습이 마치 은은한 꽃향기 같다”는 소감을 전했다. 밤사이 피어오르는 안개처럼, 그리고 기분 좋은 설렘처럼, 이 씨의 뿌린 온정의 씨앗이 부안 전역으로 퍼져나가 세상을 아름답게 물들이길 기대해 본다.
방송단 기자 김시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