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병원 가고 싶어도 못 가요”… 복지 사각지대 놓인 홀몸 어르신의 눈물- 부안읍 김00 씨, 위암 의심 이웃 어르신 위해 병원 예약부터 동행까지 - "개인의 선의에 기댄 복지 넘어, 공공 병원 동행 시스템 절실”전북 부안군 부안읍에 거주하는 김00(65) 씨는 최근 가슴 먹먹한 일을 겪었다. 지난 1월 16일, 집 앞을 나서던 김 씨를 붙잡은 건 이웃에 홀로 사는 어르신(1951년생)의 어두운 얼굴이었다. 어르신이 떨리는 손으로 호주머니에서 꺼낸 종이에는 충격적인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인근 종합병원에서 받은 건강검진 결과,‘위암 의심’ 판정과 함께 상급 병원에서 정밀 검사를 받으라는 소견이었다. 의술의 발달로 완치율이 높아졌다지만, 홀로 사는 노인에게 ‘암’이라는 단어는 감당하기 힘든 공포였다. 더 큰 문제는 암이라는 병 자체보다 ‘병원에 가는 과정’ 그 자체였다. 어르신은 복잡한 대학병원 예약 절차와 필요한 행정 서류를 준비하는 법을 몰라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결국 김 씨가 직접 전북대병원 콜센터에 연락하고, 기존 병원에 요청해 필요한 서류를 팩스로 보내는 등 행정 절차를 도맡아 처리했다. 하지만 관문은 또 남아 있었다. 예약 당일인 1월 19일, 심리적 불안으로 혼자 병원을 찾기 어려웠던 어르신은 김 씨에게 동행을 간곡히 부탁했다. 김 씨는 "마을 이장에게 군 차원의 지원 방법이 있는지 문의했으나, 기초생활수급자임에도 불구하고 마땅한 동행 지원책이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라며 안타까워했다. 결국 김 씨는 자기 개인 일정을 모두 뒤로한 채 어르신과 함께 전주까지 동행했다. 이번 사례는 우리 사회의 복지망이 서류상으로는 존재하나, 실제 현장에서는 여전히 ‘사각지대’가 존재함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초고령 사회를 맞아 다음과 같은 제도적 개선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첫째, ‘지자체형 병원 동행 서비스’의 전면 도입이다. 현재 일부 대도시에서 시행 중인 ‘어르신 병원 동행 서비스’를 부안군과 같은 군 단위 지역까지 확대해야 한다. 거동이 불편하거나 보호자가 없는 어르신을 위해 이동 지원과 수납, 진료 보좌를 돕는 전담 인력 배치가 필요하다. 둘째, 보건소와 복지 부서 간의 ‘의료 행정 원스톱 시스템’ 구축이다. 암 등 중증 질환 소견이 발견된 취약계층 어르신에 대해서는 본인이 신청하기 전이라도 보건소에서 상급 병원 예약과 서류 전송을 대행해 주는 밀착형 행정 서비스가 도입되어야 한다. 셋째, 지역 사회 내 ‘인적 안전망’의 재정비다. 이웃의 선의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마을 이장이나 부녀회, 지역 사회보장협의체를 통해 위기 가구를 상시 모니터링하고, 위급 상황 발생 시 즉각 투입될 수 있는 민관 협력 매뉴얼을 강화해야 한다.
김형순 씨는 “동행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우리 복지 정책의 현주소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며, "더 이상 소외 받는 노인이 없도록 사각지대를 발굴하고 부족한 부분을 점검하는 세심한 행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방송단 기자 김시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