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의 안흥창은 조선시대 세곡을 모아 수도로 운송하던 조운 체계 속 중요한 거점이었습니다.
 지금의 보안면 유천리와 곰소만 일대에 자리했던 이 창고에서는
 부안 지역과 인근 고을에서 거둔 곡식이 모여
 바닷길을 따라 격포 – 변산 앞바다 – 강화도 – 한양으로 실려 갔습니다.
조선시대의 조운선들은 이 바다를 따라 오가며
 나라 곳간을 채우는 일을 담당했습니다.
 바람이 불면 배가 떠나고, 물결 위로 백성들의 땀과 나라의 살림이 함께 흘러갔습니다.
 그 시절 부안은 단순한 바닷가가 아니라,
 국가 물류와 행정의 중심지이자 서해 조운망의 핵심이었습니다.
또한 부안에는 격포행궁이 있었습니다.
 임금이 남쪽으로 행차할 때 머물 수 있도록 마련된 임시 거처로,
 17세기 중반(인조 연간)에 설치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부안이 조운의 중심이자 군사적 요충지였기 때문에
 행궁이 들어선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안흥창의 창고에서는 곡식이 바다로 나가고,
 격포행궁의 언덕에서는 왕의 행차를 준비하던 사람들이 분주했을 것입니다.
 이 두 장소는 조선의 물류, 행정, 군사 기능이 집약된 공간으로,
 ‘부안의 바다는 곧 조선의 길이었다’는 말을 떠올리게 합니다.
바다를 따라 흐르던 조선의 길 위에서,
 오늘의 부안은 그 역사를 고스란히 품고 있습니다.
     
 
 
은빛방송단 이정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