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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적 흐르던 '고슴도치 섬'에 울려 퍼진 고향의 노래

작성자: 대한노인회 부안군지회    작성일: 2026-05-18   조회수: 12   

정적 흐르던 고슴도치 섬에 울려 퍼진 고향의 노래위도면민의 날 현장을 가다

- 아이들 웃음소리 끊긴 자리에 들어찬 중장년의 애환과 흥 - "오늘만큼은 청춘"백사장을 달군 섬사람들의 질긴 생명력 격포항을 떠난 여객선이 위도 항에 닻을 내릴 때, 가장 먼저 마주한 것은 섬 특유의 고요함이었다. 한때 조기 파시로 이름을 날리며 북적이던 위도였지만, 이제는 젊은이들이 떠난 빈자리를 갈매기와 파도 소리만이 채우고 있었다. 427, 이 쓸쓸한 섬의 정적을 깨고 모럼처럼 활기찬 사람 냄새가 백사장을 가득 메웠다. 바로 '위도면민의 날' 축제가 열린 날이다.

떠난 이들의 그리움과 남은 이들의 외로움이 만난 자리 평일인 월요일, 한산한 배 안에서 느꼈던 적막은 위도해수욕장에 들어서는 순간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리아스식 해안선을 따라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마주한 섬의 풍경은 아름답지만 어딘지 모를 쓸쓸함이 묻어났다. 하지만 확성기에서 터져 나오는 노랫가락은 그 적막의 벽을 단번에 깨부수었다. 축제장에는 마을 어르신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정성껏 준비한 음식과 떡을 나누고 있었다. 젊은이들이 귀해진 탓에 예전만큼 북적이는 인파는 아니었지만, 고향을 잊지 않고 찾아온 실향민들과 섬을 지키는 주민들이 마주 앉은 술잔에는 반가움과 애환이 동시에 넘쳐났다.

부지깽이 장단에 실어 보낸 '고단한 세월'

위도 사람들의 흥은 단순히 즐거움만을 뜻하지 않았다. 그것은 척박한 섬 환경과 외로움을 이겨내 온 그들만의 생존 방식이었다. 초대가수의 트로트 리듬이 빨라지자, 허리가 굽은 할머니와 백발의 할아버지들이 무대 앞으로 나섰다. 세련된 춤사위는 아니었지만, 거친 바닷바람을 견뎌온 몸짓에는 형용할 수 없는 에너지가 서려 있었다. 이날 고향을 찾은 출향 가수 백찬미(68) 씨의 사연은 더욱 뭉클했다. 어릴 적 부엌에서 부지깽이로 장단을 맞추며 노래를 배웠다는 그는, 이제는 어엿한 가수가 되어 고향 어르신들 앞에 섰다. "엄마 성화에 빗자루질하며 부르던 노래가 제 인생이 되었네요." 그의 웃음 섞인 회상에는 힘들었지만 따뜻했던 위도의 옛 기억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축제가 남긴 온기, "내년에도 꼭 다시 만납시다" 사회자의 구수한 입담과 백종선(토착민) 가수의 열창이 이어지는 동안, 위도의 너른 백사장은 잠시나마 옛 활기를 되찾은 듯 보였다. 제기차기와 윷놀이를 하며 아이처럼 즐거워하는 어르신들의 모습에서 섬을 떠난 자식들에 대한 그리움과 홀로 남겨진 외로움은 잠시 잊혀진 듯했다. 김인배 체육회장과 백승일 사무국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분주히 움직이며 준비한 이번 행사는, 소멸해가는 섬 마을에 다시금 '사람 사는 온기'를 불어넣었다. 아쉬운 발걸음을 돌려 마지막 배에 오르는 길, 멀어지는 섬을 향해 들려오는 노랫소리는 마치 위도가 살아있음을 외치는 절규이자 희망처럼 들렸다. 햇살과 바람, 그리고 섬사람들의 질긴 생명력이 어우러진 이 날의 기록은 위도 주민들의 가슴 속에 올 한 해를 버텨낼 든든한 행운의 부적이 되어줄 것이다.

 

 

방송단 김시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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